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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낼셜뉴스][뮤지컬 리뷰] ‘콘보이쇼’ 열정적 춤, 맥빠진 노래
백암아트홀 2007-01-27 3179
[뮤지컬 리뷰] ‘콘보이쇼’ 열정적 춤, 맥빠진 노래
[2007.01.27 12:31]
순수와 열정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만국 공통이다. 컴퓨터와 기계에 매달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동심의 세계를 꿈꾼다. 독도를 놓고 으르렁거리지만 이 점만큼은 일본과 한국이 다를 게 없다. 일본 사람들이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카린토 과자를 못 잊는다면 한국 사람들은 맛동산을 못 잊는 게 다를 뿐이다. 어른들에게 카린토와 맛동산은 과자이기 이전에 추억이다. 과자 공장 굴뚝 위로 나부끼는 만국기…. 이보다 더 순수하고 열정에 넘치는 추억이 있을까.

‘콘보이쇼-아톰’은 순수와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과 철학자를 꿈꾸는 7명의 남자가 어느 날 허름한 창고에 모여 각자의 꿈을 얘기한다. 그들의 이름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사르트르 다윈 프로이트 사리이다. 부제 ‘아톰’을 본 사람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이 공연이 순수와 열정, 꿈과 동심을 말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콘보이쇼’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장기 공연 중인 작품이다. 일본 원작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판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한국판이라지만 일어 노래가 몇 곡 흐른다. 프리뷰 공연에 앞서 연출 이마무라 네즈미가 관객들에게 요청한대로 선입견 없이 ‘작품’으로 보면 그만이다.

7명의 주연, 또는 7명의 앙상블이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2시간 남짓 땀을 비처럼 쏟는다. 주인공은 없다. 장르도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춤이 분위기를 지배한다는 뜻에서 댄스 뮤지컬로 보면 어떨까 싶지만 타악기 난타도 있고 노래와 연기도 있다. 그냥 종합판 공연 또는 제작사 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버라이어티 쇼 뮤지컬이라고 해두는 게 낫겠다.

2시간짜리 뮤지컬의 경우 보통 10~15분 막간 휴식이 있는데, ‘콘보이쇼’에는 그게 없다. 쉬는 시간이 있다면 ‘… 멈추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기가 민망했을 거다. ‘콘보이(Convoy)'란 단어 자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렬을 뜻하지 않는가. 출연자들의 엄청난 체력 소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2시간 내내 춤만 추는 건 아니다. 전반부 1시간 동안에는 짬짬이 앉아 쉬기도 한다. 후반 클라이맥스를 위해 체력을 아껴두는 듯하다.

후반은 격렬하다. 7명이 돌아가면서 각자 자기의 시를 읽고 한 덩어리 춤으로 순수와 열정을 표현한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양인자 글, 김희갑 곡)과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이 연달아 낭독된다. 낭독자를 중심으로 열정적인 무대가 줄줄이 7번 펼쳐진다. 말 그대로 콘보이 쇼다. 탭 댄스도 있고 북․드럼통 난타도 있다. 7명의 적은 인원으로 각양각색의 쇼를 연출하느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한번, 춤이 끊기고 노래로 대체될 때가 됐다. 이건 좀 유감이다. 절정으로 치닫다가 툭, 맥이 끊기는 느낌이다. 춤으로 죽 밀고 나갔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7명의 중창 실력이 출중했다면 노래가 괜찮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노래는 평범하다. 노래가 객석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콘보이쇼-아톰’은 뮤지컬과 거리가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딕션, 즉 발음의 문제다. 춤을 추느라 힘을 빼서 그랬을까, 발음이 혼탁하다. 또박또박 힘이 실려 관객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연기도 부족하다. 얼굴 표정이 밋밋하다. 420석을 갖춘 중형 공연장(백암아트홀)에서 놀람과 슬픔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약간의 과장이 불가피한데 이걸 소홀히 했다.

티켓 파워를 갖춘 스타 없이 올 1차 공연 50일 동안 객석을 꾸준히 채우려면 7명이 더 똘똘 뭉쳐 아귀가 착착 맞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른 뮤지컬처럼 주인공이 부족한 걸 앙상블이 채워주고, 앙상블이 부족한 걸 주인공이 보충할 여유가 없다.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 굶어서 얼어 죽더라도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고 싶다는 순수와 열정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 언제: 2007년 1월19일 오후 8시(프리뷰 공연)
◇ 어디: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02-511-1690)
◇ 출연: 조용수(소크라테스) 신선호(플라톤) 황종호(칸트) 우원호(사르트르) 강인영(다윈) 이병권(프로이트) 육동욱(사리)
◇ 공연: 2007년 1차 공연 1월20일~3월11일

/paulk@fnnews.com 곽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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