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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늘 가수들 뒷자리… 이젠 노래가 하고 싶어요”
백암아트홀 2006-09-06 3091
“늘 가수들 뒷자리… 이젠 노래가 하고 싶어요”
[동아일보 2006-09-06 04:05]    
[동아일보]

아저씨 참 촌스럽다. 마흔다섯. 어디로 봐도 중년 아저씨지만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는다. 웃음의 의미를 물어보자 “설레요” “쑥스러워요” “어색한 걸 어떻게 해요”라고 말한다. 음악인생 25년 만에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이 남자. 그의 생체 시계는 아직도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함춘호(45)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한국 어쿠스틱 기타의 거장으로 알려진 그에게선 아직도 20년 전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 정확히 표현하면 ‘촌장’의 투박함이 남아 있다.

“떨리는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0여 년간 늘 뒤에만 있었으니…. 내가 봐도 이런 제 자신이 촌스러운 것 같아요.”

1981년 가수 이광조가 부른 ‘저 하늘의 구름따라’의 기타 연주자로 데뷔해 1986년 하덕규와 함께 ‘시인과 촌장’ 2기로 활동한 그가 25년 만에 처음 솔로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13,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 것. 콘서트 이후 두 장의 솔로 앨범을 잇달아 발표한다.

“늘 가수들 뒤에서 연주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참여한 수천 장의 앨범 중 ‘함춘호 음반’은 한 장도 없었죠. 이젠 나를 위한 음악과 공연이 필요하다는 생각,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겠죠. 지금도 기타 연주 해달라는 후배들이 날 찾는데 당분간은 미국에 있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있어요.”

‘사랑일기’, ‘가시나무’ 등으로 인기를 얻은 ‘시인과 촌장’ 해체 후 그는 본격적인 음반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조용필, 양희은, 전인권, 신승훈, 김건모를 비롯해 ‘리쌍’, ‘SG워너비’ 등 수백 명의 가수들 음반 한편에는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이름이 담겨 있다. 참여한 앨범의 숫자를 묻자 “수천 장 정도”라고 얼버무리는 그에게 단독 콘서트와 솔로 앨범은 중년 이후 맞이한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도전이란 거창한 단어는 맞지 않는 듯해요. 그간 꾹 참아 두었던 내 얘기를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거죠.”

그의 솔로 프로젝트는 ‘어쿠스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인과 촌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그의 음악을 통기타 하나로 연주하는 콘서트에서는 최근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전통음악의 통기타 버전도 들려줄 계획이다. 콘서트가 끝나는 대로 발표할 앨범 중 한 장은 CCM 음반으로 찬송가 9곡을 통기타로 연주했다. 이런 분위기는 12월에 발매될 정식 솔로 음반 ‘함춘호 1집’에도 이어진다.

“살면서 이렇게 흥분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내 노래를 연주하는 것이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어렸을 때 성악을 했던 관계로 주변에선 이참에 노래도 해보라는데 20년 전 노래 잘하는 전인권 선배를 본 후 아예 입을 닫아버렸어요.”

25년 만에 자신을 찾았다는 이 아저씨. 하지만 추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시인과 촌장’으로 컴백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처음 그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하는 이 남자. 마흔다섯에 축제는 시작됐지만 1986년을 가리키는 그의 마음속 시계 때문에 그는 계속 ‘촌스러움’을 고집할 듯하다. 인터뷰 말미 그의 마지막 말, 정말 촌스럽다.

“아∼ 인터뷰가 이런 거였군요. 아휴∼ 난 무서운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으면 자주 할 걸 그랬네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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